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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 아브라모비치 재산에 대한 탈세를 위해 문서 조작을 도운 것으로 드러나

날짜를 소급해 작성한 서류로 러시아 재벌의 요트와 저택도 회계장부에서 사라지게 했다고 조사에서 밝혀졌다.

BBC News
A composite image with four sections showing Chateau de la Croe, a white neo-classical villa surrounded by cypress and other trees; the Pelorus, a white super-yacht; the Fyning Hill estate viewed from the air, showing a large mansion with half-timbering; and Le Grand Bleu, another superyacht with a navy blue hull.

세계 최대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재산을 숨기고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문서를 조작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BBC 파노라마가 밝혀냈다.

키프로스 딜로이트가 승인한 재무제표로 인해 초호화 요트, 대저택, 전용기 등 6억 7,200만 달러(5억 800만 파운드) 상당의 자산이 아브라모비치 회사의 회계장부에서 사라졌다.

딜로이트는 또한 문서 조작을 통해 재벌의 재산에 부과될 거액의 세금을 회피하는 계획에 조언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서비스법 전문가인 변호사 앤드루 미첼 KC는 파노라마가 확보한 증거를 보면 이 계획은 “명백한” 탈세였으며 “이보다 더 노골적일 수 없다”고 말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변호인단은 그가 세금을 회피하거나 재산을 숨겼다는 주장을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파노라마가 그가 문서 조작 사실을 알았거나 이를 승인·지시했다는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으며, 전문가의 조언을 신뢰한 것은 정당했다고 밝혔다.

딜로이트 키프로스는 “관련 법률을 준수해 업무를 수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는 BBC 파노라마와 탐사보도국의 공동 조사에 따라 공개된다.

거의 20년 동안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러시아 재벌이었다. 그는 2003년 첼시 축구단을 인수하고 구단의 가장 성공적인 시기를 지원하면서 런던에서 환영받았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영국 정부의 제재를 받고 구단을 매각해야 했다.

아브라모비치는 튀르키예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튀르키예는 제재를 적용하지 않아 그에게 안전한 피난처가 됐다. 채널 제도의 저지섬에서는 그의 자산 54억 파운드가 동결된 상태이며, 형사 수사가 4년째 진행 중이다.

재벌의 변호인단은 저지섬 수사에서 제기된 의혹을 부인하며, 수사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진행됐다”고 주장한다고 BBC에 밝혔다.

우리 조사는 아브라모비치의 기업 제국이 운영된 방식에 관한 새로운 증거를 찾아냈다. 또 그의 전문 자문역 일부의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증거는 1995년부터 2022년까지 아브라모비치의 재정과 역외 기업 네트워크의 운영을 다룬 수천 건의 문서가 담긴 유출 자료에 포함돼 있다. 이 기업들은 과거 러시아인들에게 인기 있는 조세 피난처였던 키프로스에서 관리됐다.

BBC와 가디언, 페이퍼 트레일 미디어, 조직범죄·부패 보도 프로젝트, 키프로스 탐사보도 네트워크를 비롯한 언론 파트너들은 탐사보도국과 함께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키프로스 컨피덴셜’ 조사(외부 링크)의 일환으로 2023년부터 유출 문서를 보도해 왔다.

파노라마는 2022년에도 아브라모비치가 1990년대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를 사들이는 부패한 거래로 재산을 일군 뒤, 10년 후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남기고 회사를 정부에 되팔았다고 보도했다. 그는 앞서 해당 거래에 부패가 개입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석유 거래에서 나온 아브라모비치의 이익은 역외 기업망으로 흘러들어 갔다. 이 기업들은 섬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리마솔에 있는 기업 서비스 회사 메리트서버스가 키프로스에서 관리했다.

2005년까지 딜로이트는 회계업계를 지배하는 ‘빅4’ 가운데 현재 가장 규모가 큰 회사로, 메리트서버스를 소유했다. 두 회사는 분리된 뒤에도 아브라모비치의 측근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그의 전 세계 재산을 관리했다.

메리트서버스에서 유출된 문서는 이들이 사용한 일부 관행을 드러낸다.

날짜를 소급해 작성한 서류의 첫 사례는 2006년에 나온다. 그해 키프로스에 새로운 법률이 도입돼 회사 재무제표를 공개해야 했다. 새 투명성 법은 아브라모비치의 막대한 재산에 얽힌 비밀을 드러낼 수 있었다.

딜로이트 키프로스는 그의 키프로스 법인 아미스칸 인베스트먼트의 2003년도 재무제표 초안을 작성했지만 아직 최종 확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재무제표에는 6억 7,200만 달러 상당의 고급 자산이 상세히 기재돼 있었다.

여기에는 웨스트서식스의 저택, 런던의 고급 아파트, 프랑스 남부의 대저택이 포함됐으며, 헬리콥터와 전용기, 당시 재벌이 소유했던 소규모 선박단도 기재됐다. 여기에는 1억 4,750만 달러짜리 ‘펠로러스’도 있었다.

이 자산들을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 아브라모비치의 측근들과 메리트서버스는 과거 기록을 다시 쓰기로 했다. 자산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있는 아미스칸의 모회사로 이전해 숨길 수 있도록 투명성 법을 우회하는 계획을 세웠다. 자산 이전이 2003년에 이뤄진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변경 시점을 3년 전으로 소급했다.

딜로이트 키프로스는 날짜를 소급해 작성한 문서를 검토한 뒤, 자산을 아미스칸의 재무제표에서 삭제하기에 “적절하다”고 밝혔다.

2006년 딜로이트가 2003년도 재무제표를 승인하면서 주택과 비행기, 요트는 펜 한 번으로 사라졌다. 자산으로 남은 것은 7만 5,000달러뿐이었다.

유출 문서에 따르면 딜로이트는 해당 재무제표가 완전히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승인했다.

셰필드대학교 회계학 교수인 시카 경은 거래 날짜를 허위로 표시하고 진실하고 공정한 재무제표를 공시하지 않은 것은 “법정 의무 위반”이며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파노라마는 날짜를 소급해 작성한 문서가 탈세 계획에 사용됐다는 증거도 찾아냈다.

이 계획에는 아브라모비치의 또 다른 키프로스 법인인 크라빈 인베스트먼트가 관련돼 있었다. 이 회사는 2003년 은행에 거의 2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다.

회사는 상당한 이자 수익을 올리고 있었으므로,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회사는 그 이자에 대해 키프로스 당국에 세금을 내야 했다.

하지만 그의 자문역들은 과거 기록을 다시 쓸 또 다른 방안을 생각해냈다.

2005년 8월 메리트서버스가 아브라모비치의 러시아 측근들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딜로이트와 회의한 뒤 계획을 마련했다고 적혀 있었다. 이메일에는 “동의하신다면 2003년과 2004년 재무제표와 회계 기록을 이에 맞게 변경해야 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메리트서버스는 재벌의 러시아 측근들에게 크라빈의 “2005년도 잠정 세금 신고서”를 해당 회사가 이 자금에서 아무런 소득도 올리지 않은 것으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한 달 뒤 러시아의 한 측근은 이메일로 “동의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런 다음 메리트서버스는 크라빈이 실제로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모회사를 대신해 자금을 보유하고 투자했을 뿐이라는 허위 주장을 뒷받침하는 일련의 소급 작성 문서를 만들었다.

이로써 크라빈이 실제로 그 돈을 소유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해 키프로스에서 세금을 낼 의무를 피할 수 있었다.

딜로이트는 2005년 9월 이메일에서 크라빈 자산을 소급해 변경한 탓에 “재무제표(은행 계좌 잔액, 이자 수익, 손익계산서)를 일부 변경해야 한다”고 썼다.

따라서 딜로이트는 금융 기록 조작에 조언한 것으로 보인다. 증거를 보면 아브라모비치의 회사가 수백만 달러의 세금을 회피하도록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앤드루 미첼 KC는 이 계획이 “명백한” 탈세라고 파노라마에 말했다. 그는 “영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고 금액이 수백만 파운드에 달했다면, 영국 국세청은 기소를 검토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프로스 국회의원 크리스토스 크리스토피데스는 세금이 회피됐다면 “돈을 어떻게 돌려받을지, 또 유죄인 사람이 있다면 우리 법에 따라 어떻게 책임을 지게 할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딜로이트가 소급 작성을 도운 문서 외에도, 메리트서버스의 아브라모비치 자문역들은 세 번째 기록 묶음도 조작했다. 이 건은 100억 달러가 넘는 재벌의 막대한 사업 재산과 관련돼 있었으며, 이 재산은 키프로스의 일렉투스 인베스트먼트라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었다.

메리트서버스는 일렉투스가 해당 재산을 소유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문서 작성 날짜를 소급했다.

메리트서버스는 이름이 정확히 똑같은 또 다른 아브라모비치 회사인 일렉투스 인베스트먼트를 이용했다. 다만 이번 회사는 재무제표를 공개할 필요가 없는, 더욱 비밀스러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있었다.

이메일에 따르면 메리트서버스는 2006년 해당 재산이 키프로스의 일렉투스 소유라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과거 기록을 다시 쓰자고 제안했다. 이번에는 “실질적 소유권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일렉투스 인베스트먼트로 이전”하고, 변경이 3년 전에 이뤄진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것이었다.

메리트서버스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법인이 2003년 11월 20일부터 100억 달러의 재산을 소유한 것처럼 허위로 나타내는 문서에 서명하고 날짜를 소급했다. 그 결과 이름이 같은 키프로스 회사의 재무제표가 공개됐을 때, 그 회사의 자산은 고작 14만 5,000달러인 것처럼 보였다.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수십억 달러 재산은 사라진 것처럼 처리됐다.

앤드루 미첼 KC는 파노라마에 이렇게 말했다. “이 일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직업의 규칙을 왜곡하고 어길 준비가 돼 있으며, 따라서 법도 어길 준비가 돼 있는 전문가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문서를 만들어내는 일이라면 말 그대로 무엇이든 서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브라모비치가 재산을 쌓아 올리던 당시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이었으며 현재 러시아 정부를 비판하는 블라디미르 밀로프는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든 중동이든 아프리카든 부패한 재벌 한 명마다, 그들의 평판을 세탁하고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이게 해주는 대가로 돈을 쉽게 받는 서구 금융·법률 서비스 및 홍보 서비스 제공자들이 군대처럼 붙어 있습니다.”

재벌의 잘못을 부인하며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변호인단은 그가 “해당 회사들의 일상적인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전문 자문역들이 방안을 제안했을 경우 “그 조언을 신뢰한 것은 전적으로 타당하고 정당했다”고 밝혔다.

딜로이트 키프로스는 문서가 20년이 넘었고 더 이상 열람할 수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의혹에 대해 논평할 수 없다고 밝혔다.

‘키프로스 컨피덴셜’ 자료 유출 이후 메리트서버스는 폐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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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view of Deloitte's offices in Limassol, Cyprus, looking up at a tall, curved building in honey-coloured stone and tinted glass, with blue sky above and a sunburst of reflected light at the bottom of the image.
A graphic titled "advisers discussed backdating records to evade tax", which shows an email with names redacted, dated 24 August 2005, with a highlighted extract. It reads: “If you agree, it will be necessary to change the financial statements and the accounting records accordingly for 2003 and 2004.”
A graphic titled “Transfer of $10bn of assets was falsely backdated”. An email with names redacted, dated 25 April 2006, is displayed with a highlighted extract. It reads: “Therefore, we need in November 2003 to transfer the beneficial ownership of the BVI Holding Companies to Electus B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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